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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 박용식

 

 

박용식은 매스미디어 속 이미지, 특히 ‘짤’들을 가져와 그 웃음 속에 담긴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인터랩에서는 《Sweet Potato》 전시에 참여한 박용식 작가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 박용식 작가의 전반적인 작품 이미지는 맨 아래의 작가 홈페이지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아래부터 큐레이터는 Q로, 박용식 작가님은 P로 표기하였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의 원천은 다양한 매스미디어에서 파생된 이미지입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을 작업의 소재로 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P. 저는 71년생입니다. 제 이전 세대나 제 세대에 있어 당시 가장 접하기 쉬운 매스미디어는 바로 티비였습니다. 첫 개인전 주제는 이러한 매스미디어 자체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어요. 그 세대가 겪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공감이나 매스미디어로 파생되는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을 이야기한 거죠. 그래서 마징가 Z라든지 어렸을 때 봤던 만화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코스튬을 제작하여 사진 퍼포먼스를 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등장 캐릭터들을 만들어서 전시했었죠.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제 주변 세대들이 함께 갖고 있었던 공통의 관심에서 시작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그렇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1990년 후반이었던 당시 저는 젊은 세대였지만 지금은 기성세대가 되었어요. 나이를 먹다보니까 세대 간의 괴리라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사실 현재 제 작업은 저희 세대가 공감하는 작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7-8년 전에 예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은 당시 인터넷 매체에 익숙했고 또 채팅에서 재미로 이미지들을 주고받더라고요. 채팅창에서 그들이 이미지 짤들을 주고받으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재미와 충격을 받았고 제가 하는 작업에 풀어낼 수 있겠다 싶어 2011년부터 짤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박용식, <은밀한 공방(covert offense and defense)>, 2018, Acrylic on Pigment Print, 111 x 80.5cm, 111.5 x 81.5cm

특히 그 속에 담긴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과거의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폭력보다는 비가시적인 폭력이 사회 전반에서 보이고 있어요.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거죠.

 

 

 

Q. 작가님의 ‘짤’ 작업인 <은밀한 공방(covert offense and defense)>를 보면 신기하게도 대화가 묘하게 이어지는데요. 작업에 사용되는 ‘짤’ 이미지들은 보통 어디에서 가져오시나요? 인터넷에 떠도는 ‘짤’들을 무작위하게 선택하시는지 아니면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P.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인터넷에 떠도는 무수한 짤들을 가져와서 선택하면서 작업을 합니다. 짤을 선택할 때 있어서는 주로 공인들의 이미지를 위주로 작업을 합니다. 아무래도 초상권과 저작권 때문이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 작업의 목적은 매스미디어의 이미지 속에 자리 잡은 은밀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사실 동시대의 짤들은 재미를 목적으로 많이 희석되었지만 과거 7-8년 전까지만 해도 짤들의 웃긴 이미지들이 가진 속뜻이나 상황 같은 경우 상대방에 대한 무시와 비하가 많이 담겨있었습니다. 즉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었던 거죠. 작업을 보시면 많은 짤 이미지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대화는 둘이나 세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재구성되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화의 맥락을 공방(攻防)으로 재구성한거죠. 더 자세히 보시면 저 텍스트들 안에 원으로 표시된 부분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이어보시면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은밀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Q. 작가님의 또 다른 작업은 동물조각인데 꾸준히 동물을 소재로 작업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근작인 <블링-불링(Bling-Bullying)>을 보면 동물들의 귀여운 ‘얼굴’이나 ‘발바닥’ 이면에 드러나는 ‘살과 피’라든지 이전의 작업들에 비해 좀 더 잔인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전의 동물조각과 차별성을 두고 <블링-불링(Bling-Bullying)>을 통해 작가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까요? 

P. 동물이 등장하게 된 건 바로 동물을 통해 사람을 의인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애니메이션들을 봐도 사람을 대신하여 표현하고 싶을 때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저 역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동물을 등장시켰어요.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이야기하고 싶을 때 동물을 가지고 왔습니다. 2011년부터는 이전 작업들과는 다르게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사실 매체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끔찍한 사건이나 사고들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고 누구나 쌍방소통이 가능하죠. 뿐만 아니라 폭력의 성향이라든지 표현 방식이 과거의 것과 비교하여 달라졌습니다. 익명성에 기댄 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폭력이랄까요.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은 폭력이 과거보다 덜 잔인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히려 더 잔인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작업에 있어서는 폭력성이 더 강한지 약한지의 차이라기보다는 시각적으로 폭력성이 얼마나 더 드러나는지 감춰지는지의 차이인거 같습니다. 그 폭력성을 더 드러내기 위해 자극적으로 표현하긴 했죠. 

 

 

 

 

 

Q. 이때까지 하신 다양한 작업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남는 작업 혹은 작가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업이 궁금합니다.

P. 제작을 하다보면 애착이 남는 작업이 있기는 합니다. 특히 작품이 잘 나왔을 때 애착이 가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업이라고 한다면 첫 개인전입니다. 첫 개인전 작업들은 다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자 제 또래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나는 또 다른 작업은 십여 년 전에 했던 사랑에 대해 다룬 작업입니다. 눈을 가린 강아지가 심장을 바라보는 작업인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2011)에요. 마음이라는 것이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작품에 있는 심장은 강아지가 바라보고자 하는 대상의 심장이고요. 사실 작업을 하다보면 제가 하는 일관적인 작업의 주제와는 다른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중간 중간 떠오르는 생각을 담은 개인적인 작업이라고 할까요. 또 다른 저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제작하게 된 작업 중 하나입니다.

다른 작업은 <단지 그냥…>(2014)입니다. 앞발이 잘린 강아지가 낭떠러지 앞에 서있습니다. 잘린 앞발 대신에 강아지는 날개 달린 가방을 매고 있고요. 이 작업은 폭력과 폭력에 따른 보상을 보여줍니다. 저 날개는 폭력의 보상으로 준 날개에요. 진짜 날 수 있는 날개인지는 모르죠. 소위 병 주고 약 준다고 하죠. 세상을 살다보면 이러한 일들을 누구나 겪게 됩니다. 제가 겪었을 수도 그리고 세상을 사는 모든 당신들이 경험해봄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은 유머가 섞인 작업을 통해 단순하게 보이는 세상 그 이면의 리얼리티를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작품을 통하여 전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P. 제 주변에 있는 사회의 시스템이나 구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것들을 지금 작업하는 동물 조각이나 짤 이미지의 재구성으로 보여주는 거죠. 제가 살고 있는 시대의 매체와 시스템의 이야기, 그리고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제 작업의 시작점이기도 했고요.

 

Q. 작가님께서 생각하고 계신 작업 방향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P. 작품을 하면서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것들이 기존에 하던 작업들의 방향과 달라질 경우에 계속 이어지지 못할 때가 많아요. 현재 드로잉만 하고 있는 작업들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텍스트를 가지고 하는 작업이에요. 단어들을 반복적으로 나열하면서 나오는 소리들을 통해 인간의 상처와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는 그런 작업인데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ㅎㅎ)

사실 지금까지 제가 했던 작업들을 계속 이어서하기에도 할 작업들이 너무 많아요. 복제가 용이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제 작업을 좀 더 복제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하고요. 아직은 제가 하던 작업들을 좀 더 확장시키고 싶습니다.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을 좀 더 다양화시키고 싶어서 구상 중이고요.

 

* 바쁜 일정과 사회적 상황으로 진행이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박용식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독립 큐레이터.  장 수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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